일상에서
'08 미아의 봄
강보 (gangbo)
2009. 9. 8. 21:16
아카시아 꽃길
그동안 "오패산터널"공사로 가려져 있던 담장
어느휴일 산책하면서 아카시아숲으로 비치는 햇살을 담아보았다
날 밝은날 멀리 보이는 인수봉
매일 아침 출근때면 인수봉을 바라보며 하루날씨를 감지하기도 한다
이곳으로 이사를 올때 새집이거나 큰집이어서가 아니고
주변의 경치와 숲에 반해서 이사를 왔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생각지 않은 추위를 이겨내야하는 고통으로
개나리가 봄을 데리고 창밖 문틀까지 찾아와서야 봄이 옴을 알았다
개복숭아 나무에선 붉은꽃이 홍조를띠고(올봄에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었었는데..죽어가고 있다)
오르내리는 언덕길가에선 늘어진 개나리가 손을 내밀고
아카시아 숲속 여기저기 진달래가 수줍은듯 피어나더니
짙고 옅은 연산홍들도 다투어 피기 시작한다
곧이어 은행나무에서도 작디작은 부채잎이 커지더니 앙상한 가지가 온통 푸르름으로 새옷을 입고
기다리다 못한 장대보다도 더 높은 아카시아 나무에서도 새잎에 하~이얀 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벌들을 부른다
일요일아침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창으로 하나가득 쏟아지는 햇살이 해방을 놓고
그 햇살이 벽까지 기어오를쯤 되면 붙들고 있던 책도 놓고 커피한잔 들고
창가에 앉아 새 친구를 찾다보면
하루가 다르게 주위는 영락없는 동화속의 숲속의 별장이 되고
동영상을 돌리듯
돌아가며 피어나는 꽃들과 자연의 섭리에
내겐 더없이 행복한 전원생활이었다
공기좋고 차소리 적고 숲으로 우거진 곳
열발짝 쯤엔 절(보승사)도 하나있어(비록 오패산터널로 망가져 아쉽긴 하지만)
어쩌다 새벽이면 "도량석"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던 곳
또한 저멀리 삼각산과 인수봉이 보이고
강북이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이곳
늦장부린 아침출근시간이라면 가끔 꼬꾸라질들 뛰어내려가야 하는 잠깐의 난코스일 뿐,
오후 귀가 길은 비탈길을 올라와야 하는 불편을 매일의 뒷산을 산책하는 즐거움으로 바꾼뒤부턴
내게 감사함을 배우게 한 정겨움 가득한 이곳을
이제 이사를 가야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갖은게 적은 처지에 엉덩이(집)에 비싼돈 깔고 앉지 않는게 평소나의 지론인지라...
월세를 받고 싶어하는 집주인도 이해해주자
이만큼 행복하게 잘 지낸것에 감사하면서
앞으론 어떤 이웃을 만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