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용암사
산중턱에 기와지붕을 한 "용암사 대웅전"이 살짝 보이고 그 뒤로는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가 보인다
사진 제일 아래 부분은 일년 사철 낚시꾼들의 놀이터 "용암 저수지"이다
오르는 길에 만난 군락을 이룬 제비꽃은
아스팔트위로 빗물에 쓸려 모아진 낙엽더미 위에서 올 한해를 보낼 것이다
내년에도 이곳에 씨를 뿌릴 수 있을지..
모든 만물이 우주의 법칙에 따라
비록 소멸을 위한 생성이라 할 지라도
그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걸 보면
그 기특함에
내가 받은 기쁨의 보답으로
많이 칭찬해 주고 바라봐주고 싶다
겨울내 꺼칠했던 산마루가 두리뭉실 해졌다
소 잔등처럼 ..
잔디밭처럼 ..
맨발로 부드러운 산정상을 성큼 성큼 밟아본다
과연 토끼가 좋아해서 토끼풀이란 이름을 얻었을까 !!
벌써 떠날 준비가 되었나보다
집착없이 가볍게 떠날 수 있어야 할텐데..
못 보던 넘이다
벌도 아닌데 꿀을 먹고 사는가보다
여기저기 여럿인걸 보니
첼로소리를 듣고 꽃송이들이 몽글몽글 기어나오는 듯 싶다
대웅전
뒤로 보이는 바위에 마애불이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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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日 不 作
一 日 不 食
행사가 많은 5월
뒤늦게 찾은 어버이날을 핑계로 친가에 갔다가
엄니와 한밤자고
소일삼아 다니시는 일터에 들렸다가
노인복지회관에서 배우시는 "다례반"에 갔다오시겠다는 엄니를 차로 모셔다드린후
아버지랑 이야기하다
석가탄신일도 지난지 며칠되지않았으니
데이트겸 산책삼아 "용암사"에 같이 가시자니까 안 가신다하셔서
30분거리라 빨리 같다오겠다 하고 집을 나섰다
두세번 가봤지만 법당에 들어가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편안했다
큰행사뒤에 바쁘신 보살님만 오락가락 주변이 너무 조용하여
발자국소리를 죽여가며 둘러보았다
예전에 올라왔었을땐 스쳐지나가는 정도였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보겠구나 싶어
이곳저곳 둘러보다 "마애불상" 앞에 서고보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어느 장인(불자)의 솜씨일까 ?
대단한 신심이 느껴진다
막상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정작 중요한 곳에서 에너지가 다 되어
디카가 꼼짝을 않는다
순간 안타깝다
좋다고 느끼는 순간 - 욕심이 생기고 - 가질 수 없어 괴로운 것
이게 바로 苦 이지 않은가
좋아도 고통이 따르고
나빠도 고통이 따르는
삶 그 자체가
이렇듯 매순간이 번뇌이지 않은가
마음을 살피고 보니
올라오면서부터 너무 욕심을 부렸나 싶다
그냥 .. 잠깐
산책을 한다고 한것이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그만 자중하라는 신호인듯 싶어 발길을 돌리는데
속없는 찐방같아서
핸폰으로 "마애불"을 모시고
건너편 석탑으로 갔다
"쌍3층석탑" 옆 너럭바위가 자리를 내준다
잠시 걸터 앉아보니 햇볕에 데워져 따뜻하다
지그시 눈을 감아보았다
햇볕이 머리위로 무릎위로 내려앉아 담요로 감싼 듯 포근하다
벌들이 앵앵거린다
코끝에 솔향기가 스친다
대나무잎이 서걱거린다
눈주위와 코주위를 향해 날것들이 날 들여다 보나보다
냄새도 맡아보겠지
돌진하며 만져도 보겠지
새로운 물체의 출연으로 탐색하느라 온 정신을 빼놓는다
눈을 감은채 손으로 휘저어본다
겁주려 숨을 크게 내뿜어도 보고
숨을 멈추어도 본다
그것도 잠시
흡 ! 코구멍속으로 들어와 숨을 막히게한다
블랙홀에 빠진 날파리겠지
그 작은넘들이 이겼다
그들의 영역에 내가 들어갔으니
내가 쫒겨나와야(비켜줘야) 하지 않는가
분에 넘치는 행복이 길지가 않다
행복이 분에 넘치면 불편해지나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비탈길을 내려오는데 핸폰이 진동을 한다
"올때가 넘었는데 뭔일이 있는건 아니냐"고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다
"네 지금 내려가는중이예요
곧장 시내로 나가서 엄니모시고 집으로 갈게요"
엄니 모시고 오면서 고추모, 가지모 사드리고
서울로 돌아올땐 손수 심으신 열무물김치 한통, 돌미나리 한봉지, 상추 한웅큼..
봉지 봉지 한아름 챙겨왔다
날 좋은날 만나는 시골의 햇살과 공기는
곳감맛처럼 달콤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