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겨울을 이겨낸 꽃송이들 !! (토종 조선무,토종게걸무,콜라비,제충국,석곡,냉이)
작년한해 열심히 싹틔우고 키워서 몸집을 불려놓고
모진 겨울까지 이겨내고
하나 둘 옥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기특한 녀석들을 모아보았다
4월 초부터 꽃망울을 만들어 지금이 한창 예쁘게 피어나고 있다
올해 거두어 들인 씨앗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기까지 하다^^
이렇게 수순을 밟아 가는 것이 진정한 "도시농부"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토종에 애착이 가는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사진 순서대로
토종조선무, 토종게걸무, 콜라비, 제충국, 석곡, 냉이
▼ 토종무
지난 가을에 파종했던것으로 제대로 자라질 않아 버리려 한다기에
토종무라는 말을 믿고 혹시나 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우선 생수통에 흙을 담아 반신반의 하면서 묻어두었다
겨울내내 저모양 저자세로 버티더니 봄기운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한다
정말 무심하게도 잊어 먹을만하면 한번씩 물을 주었는데 다행이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본격적으로 큰 화분에 옮기고 새봄을 맞이했다
절대로 그냥 두어서 가슴이 미어터질것 같은 미안함에 거름도 듬뿍
정성을 쏟아 부었다^^
제법 잘 크고는 있는데 거름이 너무 과한 것인가?!
꽃대를 올리고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무꽃의 찬란함은 시원한 무맛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결국 그게 그것인데도 ... ㅋㅋㅋㅋ
정말 곱다
무리지어 피었더라면 장관이었을 것 같다^^
그런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도와서 씨앗을 건져야 한다
4월 돌퐁에 너무도 큰 시련이 다가왔지만 잘 버티어 주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옛날에 격지 못했던 돌풍과 온난화 현상은 모든 작물에 큰 재앙이 아닐수 없다
이를 어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진게 아니고 인간의 이기심에 쌓이고 쌓여서 되돌아 오는 것을...
3월초부터 모종을 준비하면서
4월엔 며칠에 한번씩 불어 오는 돌풍(태풍도 아니면서 오로지 거센 바람만이)에
모종판을 세번씩이나 엎었다
그래도 크게 허실되지 않고 잘 거두어서 다행이긴 한데,
나 어렸을적엔 4월엔 오롯이 따스한 봄햇볕 쬐러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았던 기억만이 생각난다
그 옛날엔 기후도 사람들의 인성도 모두가 순했던것 같다
아니 확실히 순했다.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라고 돈이, 물질이 "사람"보다 우선인 경우가 많아졌다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모두가 흙을 멀리해서인 까닭도 많은듯 하다
흙에서 얻어지는 것이 부족하다 보니 ....
▼ 토종 게걸무
무의 모양이 너무도 예술적으로 생겼다.
동치미를 담으면 시원하고 사각거리고 맛있단다
지난 가을에 파종이 늦어서
제대로 키우질 못하고 맛도 못보고 해서 열심히 채종을 위해 준비했다
하루가 다르게 꽃대가 키를 키우고 있다
게걸무의 꽃을 보는 순간 환희심이 밀려 온다
신의 손이 아니고서야 어찌 저리도 아름답게 배색을 해 놓았는지...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다
꽃이란?
번식을 위해서 벌을 불러 들여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아름답게 시선을 끌도록 말이다
인간이 꾸미는 아름다움하고는 또 다르다
식물이 갖고 있는 무한한 정보!
인간이 복제는 하지만 그대로 베낄수 없는 것들이 있기에 더욱 놀라울 뿐이다
4월에 태풍도 아닌 돌풍에 두팔 벌리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꽃가지가 죄다 부러졌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실내로 들였던가, 지지대를 해 주던가 했어야 했다
모두가 경험의 부족으로 씨나 제대로 건질까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너무 꼭 끌어 안아도 습이 차서 안될것 같고
엉성하게 끈으로 동여 매어 주긴 했으나
초자 농부 티내는데 지대로다 ㅜㅜ
그런 고통을 겪고 나더니 5월이 되어 다시 꽃대를 올리고 씨 맺을 준비를 하는걸 보면서
본능에 충실한 식물에게 또 한수 배워게 된다
넘어지면 털고 일어나서 아무일 없었던듯 또다시 시작이라니...
가을에 심을 만큼의 씨만 남겨주면 좋겠어!
게걸무 화이팅!
▼ 콜라비
작년 가을에 모종을 사서 일부는 언니네로 양자를 보냈었다
편안하게 키워 보자고
그런데 제대로 크지를 못하고 먹기에는 부족할 것 같아,
역시 겨울내내 땅에 심으대로 두었었단다
한겨울을 눈 비 맞아가며 겨울 삭풍을 이겨낸 녀석이다
알의 굵기는 달걀정도였었다
그래도 봄이 되니 싹을 올리고 드디어 꽃대까지 올려서
제 깜량이 넘치도록 꽃봉우리를 만든 것이다
한창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달고 있는것을 보았는데...
며칠만에 가 보았더니 어느새 저렇게 이웃(?)에서 꽃대를 썩뚝 잘라났다
콜라비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았다
눈앞이 아뜩할 정도로 별들이 왔다 갔다 했다
한참후에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다행이 밑둥에 꽃몽우리 들이 남아 있어서
그때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과연 샘이나서 였는지
아님 모두 씨앗으로 영글지 못할 것 같아 생각해서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다
대체 누구짓일까?
이유가 뭘까?
훤칠한 키에 맘껏 꽃을 피우고 있었던 모습을 정말 보고 싶었었다
며칠 발길을 뜸한 사이에 그지경이 된 것이다
나머지라도 잘 커 줬으면 좋겠다
언니가 그렇게 심어 놓고 이사를 가면서 데리고 갈 수가 없으니
나에게 일임한 것인데
그나마 씨를 건지지 못하면 어쩔가 싶다 ^^::
정말 씨마저 빼앗긴다면 어쩔 순 없겠지만,
몹시 궁금할 것 같다
콜라비의 씨앗 맺어 가는 모습이...
짤리고 얼마나 아팠을까!
다행히 버려지지 않아서 잘 추슬려 왔다
마지막까지 힘쓴 노력을 생각해서 그냥 버릴 순 없고
퍼뜩 생각 난 것이 "꽃차 비빔밥"으로 재탄생 시키기로 했다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꽃을 피웠는지 정말 대단하다 싶다
20인분은 족히 만들고 남을 양이었다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
지금 사진상으론 칼라가 잘못 찍혀서 가지가 연두색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진보라이다
진보라에 아주 예쁜 노랑색의 조화가 더없이 화려하다
아마도 인간들이 색상배합을 자연에서 배웠을거란 생각이 든다
한때 한복 작업을 하면서도 색상 배합으로 많이 고심하면서도 미처
자연에서 힌트를 얻을 생각을 못했었던 적이 있었다
쳇바퀴 돌듯하는 삶에서 자연에 눈 돌리새가 없었던지라
늘상 책상머리에서 고민만 했지^^::
아니, 눈에 보여도 보이는게 아니고
봐도 보는게 아닌었단 말이 맞을 것이다
나머지는 그런대로 잘 키우고 있었다
▼ 제충국
이름 그대로 벌레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는 제충국이다
지난 한해는 나를 그렇게나 목빼게 만들더니
누가 기다리랬나 묵어야 꽃을 피운다는 걸 알면서도...
이론으론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렸었다 ㅎㅎ
드디어 꽃몽우리가 생겼다
정말 궁금했었다
보는것도 난생 처음이고 키우는건 더더욱 처음이고...
워낙 강해서 잘 커주고 벌레도 꼬이지 않는것 같아 키우는데 힘들이지 않고 키운것 같다
꽃이란 벌만이 좋아 하는건 아니다 ㅎㅎ
이 모습이 4월 돌풍 불기전의 모습이다
큰키에 흔들거리며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열심히 꽃대 올리고 한쪽에선 피어나고...
꽃몽우리를 보아하니 아주 진붉은 진홍이다
더없이 곱다
진초록과 꽃분홍
보색대비가 사람눈을 현란하게 할 정도로 곱다
정작 벌레 퇴치용으로 쓸 약성은 흰꽃을 피우는 제충국에서나 추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마음 한켠에는 그 용도를 생각하며 열심히 키웠는데^^::
한포기 모종을 나눔 받은 것이어서 어떤색인지도 모르고 1년을 기다렸건만,
이렇게 아름다움을 보여 준것으로 감사해야 한다^^
다른 작물들은 이제 시작인데
일찍이 꽃을 피워서 옥상텃밭 즐거움을 안겨준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제대로 된 씨앗은 작년에 선물 받아놓고 심을 공간이 많지 않아 망설였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다시 파종을 시도해야 할 것 같다
흰색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날까지...
그 돌풍에서 아랑곳 않고 굳굳하게 꽃피우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 석곡
작년봄에 동네 뒤로 꽃동산을 가꾸시는 할아버지가 모종을 주신 것이다
받아 올때는 이름을 기억했었는데 미처 적지를 않아 이름도 모르고 키우고 있었다
세가지 받아와서 두가지는 잘 크고 있는 중이다
한가지는 "양의 귀"
또 한가지는 죽어서인지 기억이 통 없다 ^^::
인간도 죽으면 서서히 기억에서 지워지기 마련이다 ㅎ
꽃의 얼굴을 알듯 모를듯 할때
이때가 제일 설레였던것 같다 ^^
이때 까지만해도 패랭이꽃을 닮았을 거라곤 상상을 못했었다 ㅎㅎ
ㅎㅎㅎㅎ 패랭이과 였군!
너무 고와서 기대에 어긋난 걸까
이름이 패랭이인줄 알았었다
나중에서야 정확한 이름이 "석곡"이란걸 알았다
어! 난 이름도 석곡이 있는데....
약간 헤갈린다
"현재에 머무르라"는 말
"있는 그대로 보라"는 말
되새겨 본다
혼자 상상하고 혼자 실망하고
늘 앞질러 가는게 문제다
언니가 설명 해줬다
하나씩 필땐는 패랭이
꽃이 뭉쳐서 피는건 석곡
꽃이 큰것은 서양종으로 카네이션 이라고...
▼ 냉이
작년 옹진군에서 씨앗 나눔 받은 냉이!
냉이는 밥상에 올라 보지도 못하고 비리비리 크다가 겨울을 맞고
올봄도 겨우 겨우 싹티우고 간신히 꽃을 피웠다
야생은 들밭에서 키워야 제대로 크는 것을
옹색한 화분에 가두었으니 기운을 못쓰는 게다
이것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어느꽃이 아름답지 않은게 있느냐만은 냉이는 "냉이답게" 청초한 것이 예쁘다
한때나마 기대치를 주어서 더욱 고운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많은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갓 피어나는것은 여려서 곱고
묵은 가지는 무게감을 더해서 아름다움을 본다
우리 어머니가 늘 화단에서 채마밭에서 허리 꼬부려 들여다 보던것을
이제 내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그때는 몰랐다
그런 작업들이 그렇게 재미 있는 줄을
그 많은 식물들과 대화도 하고 보듬어 주고 있노라면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때론 허리가 아파도
때론 다리가 저려와도
참아가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들을 한없이 들여다 보게 되는
그 행복을
이제서야 느끼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