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를 살아오면서
난생처음 그렇게 당황하고 아뜩하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읍니다
한쪽어깨엔 오십견을 또다른 어깨엔 대상포진을 안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예전의 경험으로 병원을 찾으면 당연히 입원을 하라 할것 같아
아는 병이고 하니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는게 좋을것 같아
새끼강아지가 엄마품 찾듯이 끙끙거리며 친가로 내려 갔읍니다
첫날부터 아버진 논두렁이나 밭뚝에 있을법한 풀(약초)을 찾아
한참을 지난 다음에 흡족치 못한양의 약초를 한포대 뜯어오셔서
직접 다듬고 검불은 골라서 양푼에 담아 약을 다려주셨읍니다
그렇게 달인 약을 한컵은 마시고
나머지는 수건에 적셔서 수포가 생긴 겨드랑이에 찍어발라서
수포를 잠재우고 온몸에도 적셔서 더 발진이 안 생기도록 하고
속에서 올라오는 고통(면도칼로 째는듯한 통증이 주기적으로 올라옴)은
가장 편한상태(잠이 최고)로 쉬어주는게 최선의 치료법이었읍니다
뜨거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약물은 너무나 시원했고
수포가 가라앉기 시작하였읍니다
그러나 한번으론 조금 부족한듯하여
세째날, 한번더 약초를 구하러 가신다고 해 떨어지기전에 집을 나서셨는데
저녁상을 봐놓고 이제나 저제나 오시려나 하고 기다리고 있다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넘고 꽤나 시간이 흐른뒤였음에도
들어오시질 않는 것이었읍니다
이미 밖은 컴컴하고 시골동네는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데 어디까지 가셨을까
싶은게 궁금해졌읍니다
그러다 급기야는 겁이 더럭났읍니다
부랴부랴 신발을 신고 뛰쳐나가면서
"아버지" "아버지" 마구 소리치며
동네 저수지를 지나 엄마 밭뚝쪽으로
아무리 뛰어가며 불러도 대답이 없었읍니다
혹시 발이 미끄러져 발목을 삐어 꼼짝을 못하시는건 아닐까
낮에 어지럽다고 (오래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가끔은..) 한동안 누워계셨었는데
어디에 쓰러져 정신을 잃은신걸 아닐까
별별 온갖 무서운 생각이 드는게 앞이 아뜩하였읍니다
정신없이 뛰쳐나간 뒤라 후레쉬라도 있어야 할 것같아 집으로 다시들어가
후레쉬를 찾는사이 우리집 막내가 집을 나섰읍니다
핸드폰을 놓고 가신걸 알고 엄마도 대문을 나섰읍니다
그러니 잠시 교대가 된 셈입니다
한참을 지나도 나간 사람은 아무도 들어오질 않고
머리속은 온갖 상상으로 잔뜩 겁나 있을때
그사이 엄마가 들어오셔서 후레쉬대신에 촛불을 들고 다시 나가셨읍니다
그순간 나도 모르게 아버지방엘 들어가 방불을 켰읍니다
환하게
아주 환하게
그리곤 주문을 외우듯 마음을 모두어
'아버지'
'이제 그만 빨리 들어오세요.
'그약 없어도 참을 수 있어요. 제발...' 하며
정말 간절한 염원을 담아 텔레파시를 보냈읍니다
그런데 잠시후
거짓말 같이 아버지가 대문을 벌컥열고 들어오셨읍니다
후레쉬와 약초담은 비료푸대를 자전거에 싣고...
그리곤 "엄마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되려 벌컥 화를 내시며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
"발도 아픈 사람이..."
"주변엔 농약을 쳐서 예전에 봐두었던 곳을 찾아다니느라 시간이 걸렸지" 하시네요
그리곤 이내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들어왔읍니다
최근 며칠사이 지붕도 새로 올리고 부엌의 씽크대도 새로 바꿀려는 일들로
집 안밖으로 너무 많은 일에 지치고, 발바닥에 상채기를 한 엄마가
그러고 다니셨으니
아버진 아버지대로 놀라고 황당해하셨지요
에구에구 '내가 죄인입니다'
식구모두를 졸지에 암흑속에 빠뜨려 버렸읍니다
상상이 지나치면 고스란히 더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았읍니다
참으로 아뜩한 순간이었읍니다
아직도 홀로설 준비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데
어느새 두분이 8부 능선에 서 계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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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요법 또한가지
눈가에 다래끼가 생길려면 많이 가렵고 빨갛게 부어오르죠
본인도 모르게 자꾸 비비고 속는썹 뽑아서 돌사이에 묻어두는 처방도 해보지만,
이미 고름이 생기면 곤역을 치루게되죠
그러기전 조짐이 보이고 가려운듯 싶으면
바로 그때 처방을 쓰세요
예를들어 "오른쪽 아래"에 생길듯 싶다
정반대 자리인 "왼쪽 손바닥에 地平" (한문으로)을 검정싸인펜(없을땐볼펜이라도)으로쓰세요
아래에 생겼으니(솟았으니) 평평해지라고 쓰는거죠
왼쪽위에 생기면
오른쪽 발바닥에 "天平"이라고
그리곤 한나절 동안 손을 씻지말고 기다려보면
어느새 감쪽같이 붉은 기운이 가라앉아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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