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木鐸)’
“늘 깨어 있는 물고기처럼”...수행 독려하는 법구
“똑 또르르~.” 사찰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향내와 목탁소리다. 법회나 예불, 기도, 독경 등 불교의 의례와 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법구가 바로 목탁이다. 청아한 목탁소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옷매무새를 다시 한 번 추스르게 만든다. 승가에서 목탁은 경책의 울림이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에 물든 마음을 일깨우고 가열찬 수행을 독려하는 도구로서 목탁이 사용되고 있다.
목어 형상 닮아…유래說 다양
불교의 정수 空.不二 담아내
목탁은 體, 목탁채는 用 상징
불교의 중요 법구인 목탁은 사물(四物) 가운데 하나인 목어(木魚)에서 비롯됐다. 목어를 휴대하기 편하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목탁의 구멍은 물고기의 눈을 닮았고 손잡이는 꼬리지느러미와 비슷하다. 목탁이 불교의 중요한 법구로 사용된 때는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나라 백장스님이 정리한 선원 생활 규범인 〈백장청규〉를 보면, 목어를 식당이나 행랑에 걸어두고 공양시간에는 두 번 두드리며, 한 번 길게 두드리면 모든 대중이 모였다고 한다.
사진설명: 목탁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해인사 벽화.
목탁의 유래에는 많은 설이 있다. 목탁에 대한 설화는 당연히도 목어와 맞닿아 있다. 옛날 한 스님이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나쁜 행동을 일삼다 죽어 물고기로 다시 태어났다. 그 물고기는 등에 나무가 자라 풍랑이 칠 때마다 흔들리는 통에 고통을 겪었다. 스승이 바다를 건너다 이 광경을 보고 수륙재를 베풀어 고기의 몸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제자는 은혜에 감사하며 자기 등에 난 나무를 베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 두드리면 수행자들이 이를 기억하고 수행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물고기 모양으로 깎은 나무를 목어라고 했다.
중국 당나라 현장스님의 〈지귀곡〉에도 유래가 전한다. 현장스님이 천축에서 돌아오는 도중 한 장자의 집에 머물게 됐다. 어느 날 장자가 사냥을 나간 틈에 장자의 새 아내는 전처가 난 세 살배기 아들을 바다에 던져 버렸다. 이 사실을 들은 장자는 슬퍼하며 현장스님에게 죽은 아들에 대한 천도재를 베풀어 줄 것을 청했고 기쁜 마음에 잔치를 열었으나 스님은 먹지 않았다. 현장스님은 큰 물고기를 구해달라고 요구했고 장자가 물고기를 잡아 배를 가르니 아이가 나왔다. 이에 은혜를 갚고자 하는 장자에게 스님은 “나무에 물고기의 생긴 모양을 새겨서 절에 달아놓고 대중이 이것을 치면 은혜를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늦은 밤 해남 미황사에서 독경하고 있는 수행자. 불교신문 자료사진
이밖에도 불교가 사용하기 훨씬 전부터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관리들이 백성들에게 농사할 때를 알리기 위해 또는 사람을 모으기 위해 방울을 울리며 마을을 돌았는데 이것을 목탁이라고 했다. 이후 들어온 불교가 이를 수용해 법구로 사용하게 됐다는 설이다. 언론을 이른바 ‘사회의 목탁’이라고 한 것은 여기서 유래됐다. 당시 목탁이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울렸던 만큼, ‘세상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목탁이 수행자들을 경책하는 도구로 사용된 것 또한 물고기와 관련이 깊다. 이 역시 〈백장청규〉에 제시돼 있다.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자로 하여금 자지 않고 도를 닦으라는 뜻으로 목어를 만들었다고 하며, 이것을 두드려 수행자의 잠을 쫓고 정신이 혼미한 수행자를 경책한다.” 수행자들이 늘 깨어있는 자세로 용맹 정진해야 한다는 의미가 목탁에 들어있는 것이다.
물고기를 형상화했다고 하는 목탁의 모양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불교의 정수를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탁의 속이 빈 것은 공(空)을 나타낸다. 탐.진.치 삼독이 비어 공한 마음을 만들고, 그 공심(空心)이 세상에 울려 중생의 악업을 제거하고 해탈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원력이 담겨있다.
불이(不二)의 진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도 바로 목탁이다. 목탁은 하나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목탁채와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울림이 가능하다. 때문에 왼손의 목탁은 변하지 않는 체(體)요, 오른손에 쥔 목탁채는 움직이는 용(用)을 나타낸다. 두 손이 마주쳐 울리는 목탁은 체와 용이 일체가 되는 법기(法器)라고 할 수 있다. 사찰에서 울리는 목탁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청량하게 하고 깨달음에 대한 서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 목탁 치는 방법
각종 불교의식에서 빠질 수 없는 의식이 바로 목탁집전이다. 목탁은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불구(佛具)이다보니 ‘재가자들이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재가불자들도 많다. 하지만 재가자도 간단한 의식을 집전하기 위해서는 목탁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평소에 익혀 두어야 한다.
목탁을 집전할 때는 목탁은 왼손으로, 목탁채는 오른손으로 쥔다. 목탁을 잡을 때에는 목탁 손잡이의 고리 아래 부분을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넣어 잡고 나머지 손가락이 고리 바깥부분을 가볍게 감싸며 잡으면 된다. 이때 목탁을 잡은 왼손은 힘을 주어 목탁이 요동하지 않도록 견고하게 잡아야 한다. 목탁채는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에 목탁채의 고리가 걸리게끔 잡 돼, 목탁채가 가볍게 흔들릴 수 있게 하면 된다. 목탁과 목탁채는 합장했을 때의 모양과 같이 가슴앞쪽에 가져와 주먹하나의 공간을 비우고 목탁을 45°각도로 세운다.
굴림.내림.올림.일자.이자 등
의식 집전 절차에 따라 다양
목탁을 잡거나 놓을 때에는 두손으로 목탁과 목탁채를 동시에 잡거나 놓아야 한다. 서서 목탁을 잡을 때에는 차렷 자세로, 앉았을 때에는 꿇어앉은 자세에서 목탁을 소지하되 목탁을 잡은 왼손은 손목이 앞가슴 명치에 위치하도록 하고 오른손에 있는 목탁채는 끝이 위쪽을 향하도록 한다. 목탁채로 칠 때는 목탁의 가운데 부분의 약간 앞쪽이나 윗부분을 때려야 좋은 소리가 난다.
목탁을 치는 방법은 그 소리 내는 방법에 따라 굴림목탁, 내림목탁, 올림목탁, 일자목탁(평목탁), 이자목탁 등 5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째 굴림목탁은 목탁채를 한번 크게 때린 후 목탁에 그대로 붙여두어 “똑또르르르르…”라는 소리가 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는 모든 동작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의미로 사용된다. 둘째, 내림목탁은 목탁소리를 높은 소리에서 낮은 소리로 내려가는 대신 점점 빨라지게 치는 방법을 말한다. 마치 탁구공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듯 “똑 또 또 또 또또또…”라는 소리가 나는 방법으로 인사할 때와 대중을 모으기 위해 많이 사용된다. 셋째, 울림목탁은 내림목탁과 반대로 낮은 소리에서 출발해 점점 높은 소리로 옮기는 대신 천천히 치는 방법이다. 이 때 소리는 “또또또 또 또 또 똑…”으로 나며 도량석을 돌 때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넷째, 일자목탁은 낙수물이 떨어지듯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소리는 “똑 똑 똑 똑 똑…”으로 나게 된다. 경을 독송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써 이때 목탁소리는 대중들에게 맞추어 빠르거나 느리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섯째, 이자목탁도 일자목탁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를 내지만 일자목탁보다 간격을 넓게 해 치는 방법이다. 이는 도량석을 돌 때 주로 사용하게 된다. 이밖에도 경과 예불문 등의 끝을 알리기 위해 일자목탁을 짧게 두 번 연속으로 치는 방법도 있다.
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 목탁을 만드는 사람/ 윤중익 예당조각원 원장
“목탁소리 궁금해서 제작까지 나섰죠”
사진설명: 목탁을 깎고 있는 윤중익 씨.
“목탁은 그 나무의 성질을 잘 알아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같은 살구나무라고 해도 자란 곳이 들인지 산인지, 음지인지 양지인지, 수령(樹齡)이 높은지 낮은지 등에 따라 그 성질이 모두 다른 만큼 그 특성을 파악하고 최대화시켜야 제대로 된 목탁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16일 경기도 양평에 자리잡고 있는 예당조각원 공방에서 만난 목탁 장인 윤중익(48, 법명 목운) 원장은 목탁 제작의 기본은 나무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이 목탁에 사용될 나무 성질을 잘 몰랐을 때는 성공률이 10~2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0~70%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다. 수년간의 실패 끝에 그 나무만의 특성을 파악해 어느 부분을 깊이 파고, 어느 부분을 얕게 파야할 지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당조각원에서는 평균적으로 목탁 제작 기간이 1년 6개월 걸린다. 1년 동안 3차례에 걸쳐 건조하지 않으면 나무가 갈라지거나 소리 변형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목재를 선별한 뒤 건조와 가공을 반복하며 수분함유량이 10%미만이 됐을 때 목탁 내 빈 공간인 공명실 깎기 작업과 외부모양 만들기 작업을 갖는다. 이어 목탁이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명실 내부를 정교하게 다듬는 ‘소리잡기’ 작업을 마친 뒤에야 송진을 칠하고 ‘예당’이라는 양각을 새기게 된다. 이때 소리잡기 과정만큼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맡기지 않고 윤 원장이 직접 한다. “수천 번에 걸친 실패 끝에 습득한 손에 밴 기술이다보니 말로 설명해 줘도 다른 사람은 하루아침에 할 수가 없습니다. 또 비싸게 산 나무를 갖고 만든 목탁이 불량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볼 수가 없어 소리잡기 과정만큼은 제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불상 조각하다 독학 시작
수년 간 수천 번 실패 끝
공명실 ‘소리잡기’ 터득
발명특허 실용신안 등록
예당조각원에서는 목탁 재료로 박달나무와 살구나무, 단풍나무, 화류목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윤 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가 깊어지고 빛깔이 좋은 박달나무가 구하기는 힘들어도 최고의 재목이라며 박달나무를 선호하고 있다.
윤 원장은 여느 목탁 장인과 달리 색다른 면모와 이력을 갖고 있다. 우선 세계에서 제일 큰 목탁을 만들었다. 현재 일본 오사카 영통사에 봉안돼 있는 130cm크기의 목탁이 바로 윤 원장의 작품이다. 또 높이 5m, 둘레 3m, 무게 2톤에 달하는 국내 최대 목불상을 공방 한켠에서 9년째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윤 원장은 목탁 내부 빈 공간인 공명실만큼은 기계로 제작하지 않고 전통방식인 수공업만을 고집한다. 국내에서 목탁 공명실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곳은 예당조각원 뿐이다. 다른 목탁 제조업체들은 기계로 공명실을 만들기 때문에 공명실 내부가 둥글지만 예당조각원의 목탁은 하트모양의 독특한 공명실 구조를 갖고 있다. 파장이 일게끔 속을 판 예당조각원의 목탁소리는 다른 목탁처럼 팡팡하는 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공명에 의해 긴 메아리를 울린다. 첫 음은 맑고 청아하며, 중간음부터는 중저음의 은은한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윤 원장이 발명한 이 기술은 발명특허와 실용신안에 올라져 있어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을 정도로 독창적인 기술이다.
윤 원장은 목탁을 독학으로 배웠다. 올해로 불상을 조각한 지 30년이 된 윤 원장은 13년 전 문득 산사에서 듣는 목탁소리와 독경테이프에서 나오는 목탁소리가 다른 이유가 궁금해 직접 목탁제작에 나서게 된 것이다. 윤 원장은 다른 목탁 장인을 찾아가 목탁 제작 기술을 배우지 않고 혼자서 수천 번에 걸친 실패를 거듭한 뒤 ‘공명 효과’를 어떻게 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현재의 예당조각원만의 독특한 목탁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제가 만약 기존의 목탁 장인에게서 목탁 제작기술을 배웠다면 현재 불교용품시장에 나와 있는 작품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문화는 새로운 창작활동이 가미된 계승이 되지 않으면 항상 같은 것은 재생산되고 결국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윤 원장은 화합과 상생을 기원하기 위해 평화의사탁을 제작해 UN(국제연합)총회 회의장에 기부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의사봉은 상대방과의 화합이 아닌 강압과 묵살을 상징하는 망치모양으로 돼 있습니다. 납작한 목탁모양의 의사탁과 연꽃모양의 의사봉의 공명실에서 나는 평화와 자비의 공명이 온 세상에 가득 퍼지길 기원하기 위해 국제평화의 상징인 UN에 기부할 생각입니다.”
양평=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 2230호/ 5월24일자]
2006-05-23 오후 2:43:09 / 송고
* 절에서 목탁(시다림 봉사반)을 함께 배우던 거사님이 스크랩 해놓으신 걸 보내 주셨던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