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말라야 라운딩

안나푸르나 라운딩 - 최고의 난코스 "토랑 라(5416)"를 향해서 새벽4시에 출발!

강보 (gangbo) 2014. 12. 25. 19:23

 

 

 

 

 

 

"토랑 라"를 향한 출발은 새벽 4시로 약속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40분에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주위가 너무도 고요하다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더 자고 싶단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동행들을 기다리게 할 것 같아 박차고 일어나 부지런히 짐을 챙겼다

 

바로 옆방의 김군 방에선 아무소리도 안 들린다

벌써 밖으로 나간 것일까?

짐을 챙겨들고 주방겸 휴계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우리팀은 한명도 보이질 않았다

 

그럴때 약간 무서움이 스며들기도했다

불안감이기도 하고..

 

이군이 나타나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김군은 나타날 기미가 안보인다

그때서야 나타난 쉐르파 텐디의 목소리가 커진다

형을 아무리 불러도 아무 기척이 없다고...

몇번을 깨웠었단다

전날도 술을 먹고 잔듯한 눈치였다

 

제차 김군방을 다녀와서 하는말이 "안 갈것같은 눈치"더라고 전한다

정말 못갈만한 사정이 생겼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직접 방으로 가 보았다

문이 열리기 까지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워낙 이른 시간에 일어나 보기도 처음이고, 몸이 안좋은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전날 도착해서 잠들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었다

이군과 나는 줄곧 휴계실에서 양말 말리며 불도쬐고 노닥거리다 낮잠(?)도 자고 쉬고있었다

 

그럴때 김군은 내일 올라갈 코스로 올라가서,미리 내려다 보고 왔다고 자랑을했었다

물론 새벽에 출발하면,우리가 머무르는 게스트하우스 주변경치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

그런 의도는 좋았는데, 그게 늦잠을 잘 원인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산에서의 과욕은 절대 금물인걸 젊음으로 커버하려했던건 아니었는지...

 

이렇게 공기 맑고 조용한 곳에서 몸이 좋아져야지

되려 매일 술로써 잠을 청하는 습관 때문에 피로가 누적이 된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말려도 안되는 음주와 흡연으로, 끊지 못하는 본인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눈을 비비며 빠꼼히 얼굴을 내밀고는 그때서야 가겠다고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한편 걱정도 되었다

 

정말 힘들면 쉬었다 가는게 정석인데...

함께 묶인 연유로 조금씩 양보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긴것이다

 

 

 

그사이 다른 트레커들은 간단한 오트밀죽이나 빵으로 요기를 하고 꼼꼼히 짐을 챙겨

삼삼오오 짐을 챙겨들고 다들 휴계실을 빠져나갔다

 

우리도 서둘러 이른 아침을 챙겨먹었다

그렇게 준비해서 예정보다 출발이 많이 늦은듯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오면서 처음으로 스틱도 손에 들고 랜턴도 챙기고, 장갑도 두개씩 끼고

옷도 있는대로 다 껴입어서 움직이는게 곰처럼 느려졌다

 

출발하자 마자는, 주변이 깜깜해서 보이지도 않지만 워낙 급경사이고 눈길이어서 

서둘러 질 상황도 아니었다

그저 앞서가는 사람 뒤꽁무니 따라가기에 바빴다

그렇다보니 그렇게 많이 입고 챙겼는데도 손이 시리고 추웠다

역시 고지대의 기온이 고스란이 느껴졌다

 

우리 맨앞에는 쉐르파가 서고, 그 뒤를 내가 따라간것 같다

 

본래의 길인 모래길 위에 밤새내린 눈으로 재길을 찾는게 쉽지 않았다

더구나 급경사이니 앞서 걷는 사람이 가는길이 곧 길이었다

 

게다가 먼저 출발했던 트레커들의 발자국에 눈이 짓이겨져 땅에 눌러 붙은 곳은

한발자국 올라가면 반발은 미끄러지듯,

정말 험난한 길이었다

 

얼마를 그러면서 올라갔을까

 

어느새 랜턴없이도 걸을 수 있을만큼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고 훤해지는 걸 느낄때쯤

몸에서 열기도 느껴지고, 기분도 UP이 되어 생기가 돌았다

주변의 산 정상 가까이 올라왔음을 알 수 있었다

 

 

간만에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헐! 저게 뭐람

천장에서 바닥까지 드리워진 대형무대의 커튼처럼

혹은 커다란 모래성처럼

 

"커다란 장벽"이 떡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아뿔사 !

찬찬히 둘러보니, 트레커들이 점만하게 작은 물체들이 되어 고물고물 움직이는게 아닌가

비스듬히 난 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설마 저것이 "토랑 라"?

어느모로 보나 고개는 아닌것 같은데

그렇다면 "토랑 라"까지는 또 얼마나 큰 고비가 기다릴까?

 

잠시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바라보았다

 

어두운 장막 위로는

바위 정수리가 찬란한 아챔 햇살에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며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래, 가는거다

밝은 곳에 서려면 한발이라도 빨리 걷는게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니까

혼자 중얼 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황금빛 봉우리를 향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