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말라야 라운딩

안나푸르나 라운딩 - 드디어 걸어서 5416M인 "토랑 라"에 오르다

강보 (gangbo) 2014. 12. 30. 22:24

 

 

먼저 도착해 있던 우리의 포터가 다시 내려와 김군을 챙긴다

포터는 더 젊고 현지인이어서 일까

쌩쌩하게 달려 내려와 옆구리 팔짱끼고 위로 하는걸 보며

제 식구(당분간만 ㅎ )라고 챙기는 걸 보니 든든한걸 느꼈다

 

저 순간 김군의 얼굴은 완전 초죽음 직전의 표정이었었다

 

처음 힘들어할때 아주 잠깐 "어찌해야 하지?" 하는 느낌을 빼고는...

딱히 쫒아가서 동정을 하거나 도움을 줘야겠다는 마음조차 일지를 않았다

 

어째서 그렇게 마음의 동요조차 없었는지

누가 봤다면 냉혈인간 처럼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평소 같았으면 도와줘야겠다는 감정이 일어나 안절부절 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게도 그럴 여유가 없었던 걸까?

그렇다고 나도 힘들거나 괴롭거나, 또한 극하게 기분이 좋아서 펄펄 날뛰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이 바닥에 깔린듯 고요하기만 했던것 같은데...

 

그래서 주변의 동요에도 별 느낌없이 보고있다가

그냥 서로의 사이에 유리벽이 설치된 것처럼, 내 앞을 지나쳐 앞서 가는데도 길만 비켜줄뿐

그런 상황들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일지를 않았다

 

그리고 아무일 없었던듯 뒤따라 올라갔다

 

 

생각해 보니 "괜찮아?" 라고 물어 봐 줄수도 있지만

그런다고 그 상황이 달라질리가 없음을 알기에 그런 말조차  필요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알게된 시점은

이미 상황 종료 직전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김군을 앞세우고 걷다보니 

앞으로 벌어질 광경들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

 

 

우~와 !!!

드디어 "토랑 라" 다  ^ 0 ^ ~~~~~~

 

속으로 탄성을 토해낸다

 

 

 

 

이미 김군은 언제 그랬냐 싶게 이리찍고 저리찌고 기념 촬영에 바쁘다 ㅎㅎ

ㅋㅋㅋ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 왔는지 포터인 텐디가 와서 서 보란다 

찍어주겠다고...

 

 

 

 

나는 저때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퍼뜩 저 자리에 갈 수가 없었다

저곳이 "토랑 라"라는 표지석과 룽따라는 걸 한눈에 알게되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많은 기억들이 파노라마 처럼 지나갔다

이곳에 서서 이렇게 내 눈으로 확인하기 까지는 꼬박 30년이 걸린셈이다

그러니 내가 이곳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어찌 꿈만 같지 않겠는가

 

 

참으로 오랜 시간 가슴속에 묻어두고 잊혀져 있던 소망을 끄집어 냈을땐

모두가 빛바랜 꿈인 줄 알았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이번여행에서 그 실마리가 풀리면서,

어쩌면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바뀌면서

잔뜩 마음이 부풀어 준비도 하는둥 마는둥 그저 철없는 20대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였을까

저길을 걷는내내 나는 내가 아닌것 같았다

 

그 옛날 와보고 싶었던 20대의 그 마음으로 걸었던 것 같다

등산때마다 늘 함께했던 "늘오름 산우회" 회원들과 함께

 

그렇게 오랬동안 "히말라야 트레킹"을 동경해오게 된 동기는,

20대에 주말이면 어김없이 회원들과 등산을 다녔다

또한 샌드위치 주말이면 더욱 빼놓을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주변의 눈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등산을 다녔다

그럴만한 환경과 평소의 신임으로 더욱 열심히 일하고, 확실하게 놀땐 놀고

자유로은 영혼이고 싶어 했던것 같다^^

 

지금처럼 "등산"의 개념이 예전과는 많이 달랐었다

그때는 등산복이라고 따로 있지도 않았고 고작해야 등산화 하나면 족하고

오히려 코펠 버너를 각자 갖고 다니며 산에서 취사도 하고 차도 끊이고,

진정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즐겨찾던, 그야말로 이력서에 "취미"라고 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서도 산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

그때는 열심히 직장다니며 여가로 취미로 활동한 것이 산행이었기 때문에 

남는 시간은 산에 흠뻑 빠져서 10년을 그렇게 다녔었다

 

그런 와중에 "히말라야"를 알게된 계기는

회원중에 한분이 "대학부 산악반"을 맞고 계신 교수님이 두분 계셨었다

그분은 어쩌다 우리 산행에 참석을 하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면 으레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온다고 하셨다

 

처음엔 잘 몰랐었는데 한참만에 나타나서는

네팔 다녀왔으니 "히말라야 K2봉 등정 사진 전시회"를 갖는다 하여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장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온통 사방벽에 걸려있는 설산을 처음 대했을땐

선자리를 뱅뱅돌며 어디다 눈을 둬야할지 몰라 어리둥절 했었다

처음보는 "히말라야 설산"에 깜짝 놀란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1년내내 온통 흰눈으로 뒤덮인 "히말라야"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저렇게 설산을 다녀 온다는 걸 알았을때 

전시장에 들어섰을때의 그 첫 느낌은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오랬동안...

 

그렇게 사진 전시를 해서 다음 등정의 경비를 마련한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그 큰 사진을 살 여력이 되지 않아 그냥있었는데

결국 나중에 전시가 다 끝나고 남는것 중의 액자 하나를 교수님께서 주셨었다

그 싸이즈가 가로가 1미터가 훨 넘는 것으로(확실한 싸이즈는 모르고) 기억을 하는데

그당시 자취방에 걸어놓으니 한 벽면을 다 차지하는 크기였었다

 

사진이 너무 커서 누워서 봐야만 한눈에 들어와, 맨날 바라볼때마다

나는 히말라야 설산에 누워있다고 생각하며 보던 기억이 난다 ^^

 

그때  들은 봉우리가 K2,  안나푸르나2봉, 마칼루, 마차푸차레...

당연히 세계최고의 봉우리인 "에베레스트가 8848M" 인것을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기억하게 되었다

 

그당시 그런 열망에 쌓여,

"라인홀트 매스너"의 "검은고독 흰고독"을 읽었고, 내 책꽂이에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는 책중의 하나다

 

그 글은 "라인홀트 매스너"가 "세계최초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이후 "낭가파르파트"를

단독 등반한 것을 적어 놓은 책이다

그는 지금까지 8천미터급 14좌 완등이란 신기록을 갖고 있다

 

그것보다 나는 그가 등반을 하면서 자신과의 고독함을 이겨내는 내면의 고백을 담아낸

그의 "등반 철학"이라고 하는것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번 네팔여행을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나도모르게' 제일먼저 책꽂이에서 이책을 빼어 하룻저녁에 다 다시 읽어 보았다

 

물론 글귀들은 하나하나 살아서  전해지는 듯 마지막장을 덮을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렇게 다 읽은뒤 히말라야를 다녀왔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낭가파라파트"의 위치를 찾아 보았다

다녀온 후에서야...

 

 

 

 

저곳에 당도했을때 저토록 많은 사연들이 "한순간"에 뇌리속을 스쳤던 것이다 ^^

 

 

 

 

 

 

이곳이 "토랑 라(5416M)"라는 표지석과, 뭇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룽따가 있는 곳이다

 

드디어 내 인생에서 가장 높은곳에 올라온 셈이다

내발로 걸어서 5416 M 높이에 서 있는 것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산들의 두배가 넘는 높이다

그야말로 태양 가까이에 닿을 수 있는 높이까지 올라와 있는 것이다

 

주변은 온통 눈으로 덮여 맨얼굴과 맨손을 내놓기가 두려울만큼 영하권이지만

한편은 함부로 내놓을 수도 없다

태양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이기도하다

그야말로 차가움과 뜨거움의 극과극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오르기까지 새벽부터 걸어 올라온 길은,

전날까지 걸었던 그 어떤 트레킹 코스보다 훨씬 험난하고 힘든 길이었다

그래서 다들 "초죽음의 길"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만했다

 

그렇게 해냈다는 뿌듯함에 온몸에서 올라오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래서 알파인들이 8천미터급 설산을 등정하게 되는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켠에 또다른 히말라야를 둘러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김군과 포터인 텐디와 함께 !

해냈다는 안도감에서인지 김군의 표정이 살아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고 보니 함께 걸었던 이군과는 기념사진이 없다

그때 주변에 보이지 않았던게 건물안에 있었던듯 싶다

 

함께 사진도 못 찍을만큼 그도 그렇게 힘들었던 건 아니었는지...

 

 

 

 

 

기념탑 뒤로 보이는 설산은 우리가 보고 걸어갈 "묵티나스" 방향의 설산들이다

 

일정중 제일 긴 코스이고, 제일 험난한 길이었다

또한 제일 높은 곳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