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랑 라"의 고도가 적힌 팻말이 있는곳의 '문지기처럼 서있는' 양쪽 바위산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는 산도 크고 무지하게 높다보니, 조그맣고 애교스런 사물들은 담을 수가 없다
보기에는 바람한 점 없는것 같아도 정상에서의 바람은 칼바람에 볼을 에일것 같으니
한군데 오래 앉아 있거나 꼼지락 거릴 여유가 없었다
모든 사물을 대범하게 멀리서 넓게 잡고, 빨리 끝내는 데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그외의 시간에는 간간이 서있는 휴계소(대피소?)로 들어가서 따뜻한 차로 속을 뎁히지 않으면
다음 목적지까지 마른속으로 걸어야 하기 때문에 따끈한차를 마시는 일은 필수코스인 것이다
특히나 이날은 새벽4시에 일어나서 걷기 시작해서 이곳 "토랑 라"에 있는 찻집이 처음이었고,
목적지인 "묵티나스"까지 가야한다
그러나 사진 몇장찍고 나니 일행은 벌써 묵티나스로 출발을 하자해서
차한잔 마실 시간도 없었다
다행인지 이때는 목도 마르지 않았고, 물생각도 안나서 그냥 출발을 하였다
마음 같아선 금방 내려갈 것 같으나,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는건 규정사실이니
짐작은 안되지만 별 걱정은 안되었다
"묵티나스" 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랜시간 많은 손길에 의해,우리나라의 서낭당처럼 돌무더기가 쌓여있다
돌 대신에 추억한줌 얹어놓고,
오고가는 길손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망탑일 것이다
칼바람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바위산과, 이곳을 지키고 있는 탑을 한번더 바라보고
"토랑 라"를 뒤로한다
언제 그랬냐 싶게 눈길이 자갈밭으로 바뀌어 있었다
차라리 눈길이 걷기엔 훨 편했던것 같았다 ㅎㅎ
물기없이 깡말라 있는 자갈길은 자칫 미끌어지기 싶고, 모래 투성이어서 다리심을 잔뜩 주어
걸어야 하는게 보통 힘든게 아니었다
저앞서 이곳의 험난했던 일정임을 말해 주는 "주검"이 다소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누구나 저 앞에서는,
잠시 긴장을 늦추었던 몸과 마음을 다시 추수리라는 메세지를 느꼈을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온 사지가 비틀린게 많은 고통이 있었을 것 같았다
죽어가는 말도, 마부도 서로의 고통을 감내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싶어
속으로나마 기도를 해본다
한참을 모래 미끄럼타듯 내려왔는데, 저 아래마을 "묵티나스"에서 올라오는
용감무쌍한 여자 트레커가, 긴 작대기 하나를 친구삼아 혼자서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가 넘어온 코스보다 "묵티나스"에서 "토랑 라"로 가는 길이 더 험하다고 들었는데,
내려오는 것도 이리 힘이 드는데, 하필 이 비탈길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대단해 보였다
아마도 저 긴 작대기가 무서워 염라대왕도 감히 근접을 못할 거라는 주문과 함께
무사히 잘 넘어가기를 기도했다
그리곤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여주었다
정말 혼자 해냈을때의 기분은 어떨까
다들 안된다고 하는 그 길을!
상상을 해 보았다
뒤돌아 다시 보아도 대단해 보였다
그녀의 토랑 라에 섰을때를 그려보기도 했다
분명 "토랑 라"를 넘기전의 길도 이랬을 것이다
그저 눈에 덮여서 그나마 걷기에 힘이 덜 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험한길을 내려 가는것도 조심해야 하지만, 어찌 올라 왔을까 싶다
모르니까 한발 두발 올라오다보니 오르고 있었겠지만
하긴 알았다면 두번다시는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ㅜㅜ
무식이 용감이라고 ...
정상에서 보았던 자갈길은 끝나고 왠지 흙길이 폭신하게 느껴지기 시작할때쯤
눈앞에 조그만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중에 보니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가면 "무스탕"이 나온다고 한다
트레킹 중간에 만났던 일행들이 저곳을 가고 있다고 했었던게 기억난다
마을로 내려가는 내내 마음은 이미 다른 골짜기를 동경하고 있었다^^
잠시 자갈밭이었던 길이 다시 눈밭으로 변해있었다
언뜻 보아선 무슨 스키장인줄 알았다^^
길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저만치 아래서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곳에서 아래까지 가는길은 여러 갈래였다
난 앞서가던 일행을 따라 우측으로 난 길을 택했다
그 일행중에는 가이드가 있었고, 내내 따라 다니던 팀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눈앞에 펼쳐진 경사진 눈밭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가자면 족히 한시간은 걸릴듯 싶었다
그림처럼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냥 저길로 가기엔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지름길을 모르면 그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쯤에서 김군을 아무리 찾아도 눈에 띄지가 않았다
순식간(?)에 내려와서 찾집에 앉아서 한숨 돌리며 지나온길을 올려다 보며 김군을 열심히 찾았다
이곳이 "차바르부(4000)"라고 한다
한참만에 김군이 나타났다
김군이야말로 저 "아름다운 눈길"로 내려왔단다
그러면서 "어떻게 내려왔냐고?" 묻는다
되려 "어디에 있었느냐고 많이 찾았노라"고 물을 수밖에...
하긴 중간지점에서 내 뒤를 따라오던 할아버지는 돌부리에 걸려 고꾸라지면서 무릎을 많이
다쳐 절뚝거리며 내려왔다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짧은 길이기는 해도 ...
"묵티나스(3760) 가 보이는 이곳에서 늦은 아점과 함께 차로
다들 긴 한숨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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