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는 늘 그렇듯
맘 먹은대로 다녀와도 좋고 그렇지 못해도 그 나름의 못지않은 경치에
항상 행복한게 등산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이번엔 노적봉을 가운데 두고 돌고 돌아서
노적사 입구에서 표적만 남기고 중성문을 거쳐 산성계곡으로 내려왔다
의상봉과 백운대피소를 거쳐
백운대와 만경대를 오르는 길목에서 북한산성쪽으로 난 길을따라 발아래로 깍아지를듯 한
계단을 내려서면서,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는 자그만 폭포를 연상케 하면서
숨가쁘게 오르는 이들에게 잠시 여유를 보여준다
그렇게 급경사인 돌계단만을 쳐다보며 내려오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 멀찍이 앞산을 바라보는 순간 나무가지 사이로
"번쩍" 하는게 보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어! 저기~ 대불이 보인다" 하며 큰소리로 가리키며 앞서가던 도반을 보았으나
도반은 이미 저만치 내려가 있고
바로 몇발짝 아래 쉬고있던 등산객이 앉아있다 벌떡 일어나 먼산을 봐준다
나는 멋쩍어 '피식' 웃음이 났다
의상봉 밑으로 국녕사의 "대불(동양에서 제일크다는 청동좌상)"이 햇빛에 섬광처럼 순간 번쩍였던 것이다
구름속에 숨어있던 햇님이 잠깐 나왔던 모양이다
절묘하게도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로...
그자리에서 두발짝만 움직여도 산에 가려 보이질 않는 위치였으니 그게 신기하고 절묘하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리저리 산을 돌고 돌다보면 몇번이고 볼 수 있는 경치이긴 하나
시야거리가 워낙 멀고 흐린 날씨였기에
반가웠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이
나머지 산행길은 어디로 둘러가도 별 상관없을 듯 싶었다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마음속에 그늘져있던 미운마음과 화해의 순간이었다
이런걸 보여 주려고 가자 했던것일까?
데려온것이 아니고 "내 마음에서 원했기에 가는 것이라고" 그가 말한다
비록 태고사 노적사 국녕사를 다 지나쳐
산성계곡길따라 내려오면서
씨원하게 흐르는 계곡물과 바위가 밉지가 않았다
얘기치 않았던 비온뒤의 산행이라
무리없이 잘 다녀 온것에 대해
비록 말없이 화해를 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상대하고는 상관없이
"모두가 내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모두가 내가 만들어 놓은 것들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