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가지 못한 "꿀루계곡"을 가려고 일찍 길을 나섰읍니다
골목을 빠져 나오면서 보니 아직도 가게문이 열리지 않은곳이 많은걸로 봐서는
시간이 꽤나 이른 시간이었는데.
걷다보니 내앞에 커다란 망태기에 채소가 잔뜩 얹혀서 출렁출렁거리며 움직이는데,
언뜻 보아선 짐만 움직이는 듯
망태기에 가려서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가 없었읍니다
처음엔 뒷모습만 두어컷 찍다가
망태기에 얹혀진 채소가 햇빛에 푸르름을 더하면서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채소가,
햇빛에 비치는 푸르름이 더해
"정말 채소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읍니다
비타민C 가 부족한 걸까요
아침 식사가 부실했던것도 아닌데
어쨌든 그 열망때문에 말없이 한참이나 뒤를 따라 갔읍니다
직접 농사 지어서 팔러가는것 같은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읍니다
그렇다고 앞서서 달려가 확인하기도 그렇고
불러 세우기는 더더욱 말도 안되고
가다가 무거우면 한번은 쉬겠지 하면서 줄곧 따라갔읍니다
"올드마날리" 동네 꼭대기에서 출발해서, 샛길로 접어들어 내려오다
다시 상가와 합류하는 길로 나와
비탈길을 따라 내려 가다가 짐을 받치기 좋은 곳이 나오자
그곳에서 턱 걸치고는 멈추어 섰읍니다
그때 깜짝 놀랐읍니다
뒷태로 보아 등도 굽어보이고 키는 몹시 작지만
나이가 그렇게 많을거라곤 생각을 못했읍니다
그리고 얼굴전체 꾸밈은 또 장난이 아니었읍니다
삶의 찌든 구석이 보이기 보다는
한층 여유로워 보이는 것이
당당하기까지 해서
그런 모습이 참 좋았읍니다
그곳까지, 보기만 하면서 그냥 따라온게 멀쓱할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읍니다
워낙 나이 많으신 분이 그리 무거운짐을 지고 가는데
그야말로 사진만 찍으며 따라가는게
우리나라 같으면 주변에서 욕을하지 않았을까 싶었읍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그곳에서 첫대면을 하게 되었읍니다
그냥 지나치려니
마음이 허락을 하지 않았읍니다
어디까지인지는 모르나 짐을 일부라도 덜어드리고 싶었읍니다
혼자 생각에
어제 보아온 그 많은 야채가게 어디쯤으로 가서
그리 많은 야채를 "도매금"으로 넘기러 가지 않을까라고 짐작하면서 그곳까지 덜어드리고
그다음에 내길을 가도 늦지 않을거라 생각을 했읍니다
할머니의 짐은 상당히 많았읍니다
"망태기 가득 야채"와
한손에는 "오이자루"가
또 한손에는 "양 젓"을 담은통이 두개
내 혼자 그리 들라고해도 다 못들 만큼의 많은 양이었읍니다
내가 들어 드리겠다고 받아든건 "오이자루"였읍니다
두팔로 끌어 안아야 할만큼 이것만도 이리 무거운데...
그런데 계속 걸어서
아니고 어느 상가앞에 가더니 뭐라고 외치는 소리에
안쪽에서 사람이 나와서 야채를 사는게 아니겠어요
내가 생각한 야채 도매상으로 직접 가는게 아니고
설마! 이 많은 야채를?
잠시 몇개만 파는게 아닐까?!
그러면서 계속 옆에서 오이 자루를 들고 따라 갔읍니다
첫 개시를 한 것입니다
"20Rs (20루삐)"
정성스럽게 짚으로 엮은 야채다발 2개와 바꾼 돈입니다
새벽녁부터 준비했을 고단함은 어디로 가고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그리곤 돈을 가슴팍으로 집어 넣습니다
지갑도 아니고 주머니도 아닌 가슴께로... ㅎㅎㅎ
또 그렇게 몇집을 지나
레스토랑에서 마저 한손에 들고있던 짐을 건네줍니다
그러고 보니 그게 "우유"인 줄을 알았읍니다
매일 그렇게 대놓고 할머니 우유만을 공급 받는다고 합니다
혹여라도 레스토랑 갈일이 있다면, 그집을 찾으면 좋을듯 했읍니다^^
금방 양손의 짐은 덜어서 훨씬 가벼워 보였읍니다
부처님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깐이라도 서서 합장예배 드리고 갑니다
이곳부터는 다리건너 "뉴 마날리"입니다
제가 걸어보지 못한 골목길로 접어듭니다
그 길이
"뉴 마날리"에 있는 주택가로 가는 지름길이었읍니다
마을 어귀부터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서는
모두들 익숙한 포즈로 야채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그사이 할머니는 말도 없이 망태기를 어깨에서 내리지도 않고
둔덕에 받쳐두고 들이대면 알아서들 골라서 돈을 지불하곤 하는게
너무도 익숙해 보였읍니다
하루 이틀의 솜씨가 아니었읍니다
이미 이쯤에서 직감을 했읍니다
오늘 내가 돌아볼 "꿀루 계곡"은 포기를 해야 한다는걸
이런 경험을 하는것도 여행이 아니면 어찌할 수 있겠는가 싶었읍니다
기꺼이 이분께 시간을 할애하기로 작정을 했읍니다
이왕 따라 다닐거면 잘 팔릴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싶었읍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람들에게 채소를 권하는 것인데
참으로 난감하였읍니다
힌디어도 모르고, 그렇다고 영어로? 그건 더욱 아닌것 같고 ^^::
결국 웃음으로 대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였읍니다
의외로 사진 찍히는것 정말 좋아합니다
사진 때문에라도 반응을 보입니다
특히 청바지에 두손 찔러넣고 있다가 고르는 척이라도 하듯이 ㅋㅋㅋ
할머니가 내 마음을 읽은것일까요?
지나가는 사람마다 설명을 합니다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내가 계속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다"거나
"당신이 하는걸 도와주기로 했다"던가
뭐 그런 말들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만나는 사람들 마다 반응이 좋았읍니다
때론 살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는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읍니다
그래서 더욱 나는
채소를 사는 사람들의 "표정"을 담아 보기로 하였읍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동네 가운데로 들어가는데
눈앞에 나타나는 집들은 하나같이 부유해 보였읍니다
부자동네 같기도 하고 호텔, 레스토랑이 보이기도 하였읍니다
점점 가면서 특이했던게
여자들이 나와서 야채를 사는게 아니라
거의가 남자들이 나와서 사들고 갑니다
역시 인도의 여자들은 바깥출입이 어렵다는걸 실감합니다
남자들이 사다주는대로 요리를 해야겠지요^^
할머니 얼굴이 점점 신이 나 보입니다
아직도 야채는 줄지 않고 그대로인듯 한데
돈은 꽤나 많이 번듯합니다
문득 야채묶음이 몇개인지 궁금했읍니다
이 분이 이고가는게 멀리서 볼땐
"쥬스"를 짜기위해 준비한 "오렌지"쯤으로 생각을 했읍니다
그런데 이고가는 모습으로 봐선
너무도 가벼워보여 "참 힘도 좋다"
너무도 차곡차곡 쌓아서 "참으로 재주도 좋다"했는데
가까이 다가와서보니 "기름에 튀긴(속이 빈) 과자"였읍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름은 들어도 들을때 뿐이어서 기억을 못하겠고
야채 먹거리를 커리에 비벼서 저속에 넣어서 파는
일종의 길거리(간식)음식이랍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10루삐에 8개랍니다
그냥 물어만 보았었는데 8개란 숫자가 속재료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읍니다 ㅎㅎ
이곳에서 처음으로 여자분이 나와서 구입을 합니다
식사도 되면서 음료까지 파는 "식당" 같은곳입니다
벽면에 메뉴가 적혀있네요 ㅎㅎ
"꿀루 쟈켓" 핸드메이드
즉 직접 쟈켓등을 만드는 "양복점" 같은 곳입니다
마을 전체를 누비며 집구경 하는 재미도 쏠쏠하였읍니다
주로 호텔이 많았읍니다
이곳 역시 호텔 로비에 사람이 있으니 직접판매를 하러 들어갑니다
할머니의 몇마디에 당연히 포즈를 취합니다
난 점점 궁금해집니다
할머니가 뭐라고 설명을 하는지?
혹시나 나를, 당신 판매에 이용하는 말을 하는건 아닌지?
그러다 나 자신에게 타 이릅니다
"내가 자청한 일이니 궁금해 하지 말자"
"어쨌거나 내가 들고 다니던 오이자루도 점점 가벼워지고 있으니까
그거면 된거잖아"라고
이분이 호텔 사장인듯합니다
옆에서 묵묵히 지켜 보고만 계시는데 한 포스합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호텔직원이거나 일반 주민이었읍니다
그냥 지나칠 내가 아니죠
"찍어도 되겠냐"고 여쭈니 "끄덕"하십니다
이분이 나오는 바람에 들어가려다 되돌아 나옵니다
길에서 만났는데 이분은
"채소"가 싱싱한지 확인을 합니다
그러더니 나를 보는 순간
할머니와 키를 맟추어 서서 포즈를 취합니다
나는 급 셧터를 누릅니다
분명 이분께는 할머니도 나도 아무말도 안했는데도
어쩜 그리 눈치도 빠른지...
한참있다 청년이 바구니를 들고 나타났읍니다
어느결에 전화를 했을까요?
몇개나 살까하고 '시큰둥" 한손으로 바구니를 내밉니다
헐! 한참을 골라서 바구니 가득 채우고 나니
청년의 표정이 심각해 보입니다
내가 봐도 조금 과하게 고른듯 해 보입니다 ^^
김치를 담거나 저장할 수 있는 야채가 아닌데, 저 많은걸 다 어쩌려고?
먹을 사람이 많은건가?
뭐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저 많이 팔리니 좋기만 합니다
신이 났읍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최고겠지요
앗! 할머니 옆구에 왠 무기가?
자세히 보니 "낫"이었읍니다
저걸 어찌 끼고 다니는 걸까요
그냥 봐도 못본척 하기로 했읍니다
나는 할머니를 따라 다니며,
예쁜 집과 아름답게 꾸민 정원과 담들을 보면서
혼자 다니면 보지 못할 현지인들의 삶을 보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읍니다
점점 깊숙히
호텔 식당(주방)으로 찾아 들어가기도 합니다
어허!
식당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길에 할머니에겐 길을 비켜 주었는데
내 앞에서 딱 가로막고 자리를 잡고 앉더니 능청을 떱니다
순간, 혹시라도 컹컹거리며 달라들까 겁이 났지만
안 무서운척하면서 조신하게 옆을 지나갔읍니다
개도 이방인을 알아보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ㅎㅎ
관광지?
휴양지? 답게
이 일대가 여행자를 위한 시설이 있을건 다 있었읍니다
다 팔릴때까지 가가호호 찾아다닙니다
대체 몇다발을 챙겨 나오신걸까?
아직도 많이 남긴했는데,
다 팔기전 나도 사겠다고 미리 말을 해야하나,
따라 다니기 시작한 동기가 "야채를 먹고 싶다"였는데...
다들 사면서 자꾸만 뒤적거리는데 마지막 것은 별로인데..
음, 조금더 따라다녀 보고
이 풀은 독을 풀어주는 "해독제"가 있나봅니다
내가 중간에 떨어진 오이를 주우려다가 손이 풀에 스쳤을 뿐인데
툭툭 불거지면서 줄곧 간지러운거예요
자꾸만 긁었더니 모기 물린것 이상으로 손가락 몇개가 붓고 아려서 쩔쩔매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이 풀을 우드득 뜯어서 내손에 쓱쓱 문질러주니
금방 가려움도 아렸던것도 가라않는 겁니다
정말 신기했읍니다
그런데 미처 문지르지 않은곳은 계속 통증이 남아 있구요
돌아와서 찬물에 씻으면 통증이 가시려나 싶어서
물에 담구니 되려 딱딱해지면서 쓰라림이 더해지는게 조금 겁이 났더랬읍니다
그러다 시간이 가면서 가라 앉아 다행이긴 했는데
그 독풀이 어찌 생겼는지도 자세히 보질 못했읍니다
말만 듣던 독풀이 있다더니
짐승들도 몹시 겁을 낸다고 합니다
자칫 큰일 당할뻔했단 생각도 들었읍니다
그 해독풀을 더 챙겼어야 하는데...
"할머니의 하루일과" "할머니의 채소와오이" "할머니의 망태기"
뭐라고 할까?
혼자 속으로 열심히 구상을 합니다
나중에 "사진첩"를 만들어 볼까하고 ..
야채가 다 팔릴때까지 사진은 계속 됩니다
'나닥지역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날리에서 있었던 일" 세번째 이야기! "모모와콜라를 좋아하는 할머니" (0) | 2014.08.28 |
---|---|
"마날리"에서 있었던일 2 "피어씽을 한 채소할머니" (0) | 2014.08.27 |
"나가르"에 있는 "고대사원"을 찾아서... (0) | 2014.08.24 |
"희말라야"를 가장 신비롭게 묘사했다는 "니콜라이 로에리치"의 갤러리를 가다 (0) | 2014.08.23 |
"마날리"의 인근마을 "나가르" 1 - "꿀루 계곡"을 지배하던 왕국의 "궁전"이 있는곳 (0) | 2014.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