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길이 없읍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팔러 다녔을까요?
이젠 연세가 많으셔서 자식들이 그만 두라고 말려도
돈버는 재미에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한 계속될 것 같았읍니다
하긴, 건강만 허락하신다면 계속하셔도 나쁠게 하나도 없겠다 싶었읍니다
파란 천막이 주택대신에 살림살이가 있는것으로 보아
부자 동네 한켠에선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가 봅니다
돌아나와선 또 다른 지역으로 갑니다
길에서 사는 사람인듯 합니다
"자동차 정비소"를 지나치려다 발길을 그쪽으로 향합니다
첫 반응은 무관심이었읍니다
전혀 안중에도 없던것을 사게되는 그런 표정이었읍니다
말하자면 "불우이웃돕기" 식으로^^::
할머니는 오늘 하루 목표치를 파는게 목적이니
어떤말을 해서든 사게만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간만에 저분들의 수다가 길어집니다
나는 멀찍이 서서 기다리다가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읍니다
할머니의 귀걸이가 몇개나 걸려 있는지를
난 귀찮은 것도 있긴 하지만, 귀를 뚫는것 조차 무서워 하나도 못 뚫었는데...
귀걸이만 양쪽으로 9개씩,
게다가 양쪽 코에까지...
휴~~ 정말 대단한 멋쟁이 할머니입니다
"피어씽"을 하는게
할머니의 낙이고, 취미이고, 부의 축적이 아닌가 싶었읍니다 ㅎㅎ
동네 가운데 있는 사원입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블루 호텔"입니다
이건 "열무" 같읍니다
내가 제일 처음 본것은, 김치거리가 아닌 야채만 있는줄 알았었는데
갖은 종류가 다 있는줄 몰랐읍니다
그옆 건물에서 "블루호텔" 사장님이 직원을 시켜서 우리를 로비로 오라고 하셨나봅니다
그곳 간이 의자에 잠깐 앉게 되었읍니다
걷기도 많이 걸었고, 목도 말라
물을 얻어 먹을까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사장님께 뭔가에 대해 설명을 하시니까
사장님이 내게 말씀을 전합니다
"당신의 사진을 갖고 싶다"고 하셨답니다
그러니 나보고 사진을 빼 줄수 있겠느냐고 ...
순간 생각해 보니
나는 내일 "마날리"를 떠날 계획이어서 시간도 없거니와,
가장 큰문제는 내디카에서 인화를 하자면 곤란한 점이
사진 한장의 화소가 너무커서 "아마도 이곳에선 어렵지 않을까"싶어
일단, 한국에 돌아가서 보내 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읍니다
참으로 난감했읍니다
자세히는 아니지만 대충 사장님께 설명을 드렸읍니다
이곳에서는 어렵고, 한국에 돌아가서 보내 드리겠다고,
잘 알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할머니께는 "OK" 라고만 말씀을 드렸읍니다
당장은 나와 헤어지고 나면 서운하시겠지만
나중에 더 기뻐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봤읍니다
지금으로선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랬더니 사장님께서 우리 두사람을 찍어 주셨읍니다
"블루 호텔 사장님"이십니다
문앞에서 쉬고있는
할머니의 소중한 재산 "망태기(딱히 이름을 몰라서 ㅎㅎ)"입니다
얼마나 많은 채소를 지어 날랐을까요?
매일 아침
어쩌면 한 평생을...
그러는 사이에 직원이 "짜이"를 내왔읍니다
목마르던 차에 정말 맛있게 먹었읍니다
아 ! 이런분도 계시는구나
참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읍니다
햇살에 비친 야채가 너무도 싱그러워 보입니다
고추가루 넣고 참기름 조금 넣고 갖은양념에 팍팍무쳐서
밥하고 비벼 먹으면 너무도 행복하단 생각이 들것 같았읍니다
아니면 급한대로 생야채로 먹어도 좋을것만 같았던게...
생각해보니
이때쯤 고향의 먹거리가 무척 그리웠던것 같읍니다
모두 꺼내놓고 마지막 떨이로 흥정을 하는것 같았읍니다
이 두분은 살것처럼 실컷 뒤적거리다가 포즈만 취하고 맙니다
정작 엉뚱한 사람이 사고...
그리곤 뜬금없이 "망태기"를 지어봅니다
내 앞에서 사진찍으라고 하는 것 같기도 했읍니다
시선집중을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엉뚱한 짓을 하는것 같아서
"뭇 사내들이란,다 똑 같구나"
잠깐 그런 생각도 들었읍니다
평소에도 저러진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자
속으로 짜증이 살짝 올라왔읍니다
실은 내가 짜증날 일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ㅜ
결국 이분이 마지막 떨이를 해주셨읍니다
화초 키우듯 담장에서 넝쿨이 올라가고 있네요
"키위"가 달린걸 처음 보았읍니다^^
집으로 향하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가는길에 들린곳은 "밀가루" 파는 상회였읍니다
돈을 벌어서 일일양식을 구입해야겠지요
메모지를 봐가며 이것저것 챙깁니다
그저 할머니의 특기인
구부려서 "망태기"를 들이대면 알아서들 들고, 날고 ㅋㅋㅋ
참으로 편리한 생활 도구이자
없어서는 안될 보물단지 입니다
이것 저것
꽤나 무거워 보입니다
할머니와 가방을 바꾸어 매기로 했읍니다
채소보다 더 무거워 보였고,
채소는 내가 짋어질 물건이 아니었기에 잠자코 따라만 다니다
이제서야 짐을 덜어 드리고 싶었읍니다
아 그런데
어찌 이리도 등이 배기는지, 등받이 천조각 하나 없이 울퉁불퉁한 그대로 끈만 달려서,
망태기가 등판에 딱 붙어 있는게 아니라 걸을때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한쪽으로 쏠려서 인지 가만히 있질 않고 이리 저리 흔들거리는게
등이 정말 아팠읍니다
그리고 밀가루포대를 담아서 무겁기는 왜그리 무거운지^^::
극구 할머니는 제가방을 매겠다고 하셔서 바꾸어 짊어지고 집으로 향합니다
오던길 중간쯤 그늘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못생긴 오이" 몇개가 팔다가 남았는데 그걸 꺼내어 깎읍니다
허리춤에서 아까 보였던 그 낮으로 쓰~윽쓱 깎읍니다
그리고는
제일 윗부분을 5미리 정도 살짝 잘라서
밑에 큰부분하고 막 문질러 줍니다
한참을 그리 문질러 주니 "오이진액"이 나와서 끈끈해지니까
또 5미리 정도 잘라서
중얼중얼~~ 기도를 하고는 "고시레"를 합니다
우리만 먹는게 아닙니다
신께 감사의 기도라도 드리는게 아닐까요
그리곤 아까 허리춤에서 보았던 그 낫을 꺼내어
이리저리 잘라서 내게도 나누어 주십니다
그 "낫"의 용도가 그런것이었읍니다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꿀맛입니다
농사지은 보람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도 감사인사 드리고 갑니다
다리 건느기전 잠시 쉬어 갑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먼저 할머니가 내 신발을 가리키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입니다
나는 내가 뭘 신었는지 조차 잊고 있었는데
나도 덩달아 내 신발을 내려다 보았읍니다 ㅎㅎ
그게 "등산화"였읍니다
그리곤 또 서로 말이 없읍니다
서로의 언어를 모르니 할머니도 나도 이럴땐 조금 답답합니다
그래도 "바디 랭귀지"로 합니다
"그 신발이 얼마냐?고 묻습니다
헉, 나는 갑자기 놀랍니다
신발이 좋아 보였던게 그런 생각이 있으셨다니^^::
우리돈으로 얼마였더라? 그러면 달러로는?, 다시 "루삐(인도 돈)"로 얼마지?
에구 머리가 갑자기 복잡해집니다
얼른 생각이 떠오르질 않아 끙끙대고 있는데
할머니가 먼저 말을 합니다
손가락 5개를 펴 보이면서, 자기에게 줄 수 있냐고 합니다
즉 할머니에게 팔라는 겁니다
그 5개가 얼마일까?
설마 50루삐는 아닐테고, 그렇다면 500루삐를 말하는 것일까?
정확한 힌디어를 못 알아들으니 ^^::
나는 다시한번 대충이라도 계산을 해 보았읍니다 속으로...
"등산화 한켤레 대충10만원 잡고"
한국돈 10만원(계산하기 좋게 간단히) = 100달러 = 인도돈 6,000루삐
인도의 전형적인 농촌에서 야채 팔아서 그 비싼 신발을 산다면?
어쩌면?
어쩌면 할머니라면 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귀걸이를 한걸로 봐서는 돈이 없지는 않을것 같기도 했읍니다
매일 그렇게 벌이가 좋다면 충분히 살 능력도 될것이고
또한 사고도 싶었을 것입니다
나보다 여유는 훨 있어 보이긴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충이라도 가격을 말해 줄 수가 없었읍니다
아니면 반가격이라도??
이럴때 "대략 난감"이란 말을 쓰는 건가요 ㅎ
뭐 어쨌거나 팔 수 있는건 아니기에
"온니 원"
손가락으로 "하나"를 가리키며 "노~"라고
부드럽게 씨~익 웃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읍니다
가는길에 아침에 들렸던 레스토랑에 들려서 빈 우유통을 찾아서 갑니다
이쯤오니 할머니가 자청해서 지나가는 젊은이를 불러 사진을 찍어 달라합니다
어떤가요?
"망태기"를 짊어진 내 모습이 잘 어울리나요?
이제 아침에 내려왔던 지름길로 다시 올라가면 내가 묶는 숙소가 나올것이고
할머니댁은 그 어디쯤이지 않을까 싶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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